메기 (Maggie, 2019)
"사람들은 왜 서로를 의심할까요?"
'세이브아워시네마'라는 캠페인의 포스터를 우연히 접했다. 포스터에는 아는 얼굴보다 모르는 얼굴이 더 많았고 하나하나 찾아보다가 이주영이란 배우를 알게되었다. 필모그래피를 보다가 <메기>라는 영화를 찾았는데 넷플릭스 드라마 <D.P.>에서 본 구교환도 출연하기에 이 영화가 궁금해졌다. 포스터는 일본 영화같은 일상적인 느낌의 포스터였다. 굳이 일본 영화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영화는 비교적 포스터가 주연 배우들의 얼굴을 강조한다는 느낌을 받아서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메기>는 두 남녀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다. 남녀가 동거하고 있지만 남녀의 관계가 주요 관심사는 아니다. 각자의 이야기가 있으며 여자는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고 남자는 공사 현장에서 일한다. 각자가 겪는 크고 작은 일들이 있지만 모두 의심이라는 마음이 떠오르게 한다.
<메기>는 제작사가 국가인권위원회다. 찾아보니 <메기>는 열네 번째 인권 영화 프로젝트라고 한다. 영화를 보면서는 영화가 조금 중구난방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나열되는 사건들이 조금씩 부족하기도 하고 과하기도 하고 여러명의 아이디어들을 뭉쳐놓은 느낌이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제작사가 국가인권위원회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생각해보니 모든 사건들은 의심, 믿음 같은 감정들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들은 곧 인권과 직결되었다. 중구난방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오히려 하나의 잘 구성된 이야기를 갖는 상업 영화보다 더 적절하다고 느꼈다. 다양한 사람들이 보고 인권이라는 것을 다시 돌아보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건들을 다루어 조금이라도 더 개인의 경험을 떠올리고 몰입하게 하는것이 좋을 것 같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메기>에서 다루는 사건 중 물건을 잃어버리는 부분은 크게 와닿았다.
<메기>는 모든 사건을 관통하는 의심이라는 주제에 집중하고 있다. 의심이 나쁜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의심을 통해 어떤 상황이나 인물에 대해 또 다른 시각을 생각하게 한다. 라이어 게임이라는 만화에서는 사람에 대한 의심이라는 것이 그 사람을 알려는 행위이고 믿음이라는 말로 무관심을 표한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또한 작중 몇몇 사건들은 사건의 인물을 존중했다면 결과가 바뀌었을 사건들이다. 영화에서는 무엇을 의심하고 믿고 존중할 것인가는 모두 개인의 결정이다.
구교환에게는 독특한 매력이 느껴진다. <D.P>와 <메기>를 통해서만 보았지만 주어진 캐릭터와 연기 모두 재미가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구교환의 다양한 역할의 연기가 기대된다. 이주영 역시 기대가 되지만 개인적으로 독립 영화나 드라마를 즐겨 보진 않기에 접하기 힘들것 같아서 아쉽다. 그래도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브로커>에서 다시 접할 수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