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피 (Santa Sangre, 1989)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성스러운 피>는 기이한 분위기와 독창적인 연출로 유명한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의 영화 중 하나다. 기이한 분위기라는 표현은 언제나 호기심을 자극한다. 개인적으로 기이한 느낌의 영화들은 큰 기대를 안하고 보지만 큰 실망도 하지 않는 것 같다.

<성스러운 피>는 서커스단에서 일하는 남자 아이인 '페닉스'(엑셀 조도로프스키)가 주인공이다. '페닉스'의 아버지는 '페닉스'가 소속된 서커스단의 단장이고 '페닉스'의 어머니는 종교 집단의 교주이다. 어떤 사건으로 인해 어린 아이인 '페닉스'는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게된다. 시간이 흘러 청년이 된 '페닉스'는 어떤 계기를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성스러운 피>는 시각이라는 감각을 적극 활용한 이야기이다. 눈에 뚜렷하게 보이는 것,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 눈에 보이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심지어는 빨간색 페인트, 독수리 문신, 뱀 등 다양한 매개체를 통하여 앞서 얘기한 구분이 또 다른 구분으로 속하게 되는 등 시각적으로 혼란을 준다. 여기서 각각의 장면들이 어색하지 않고 신비롭게 느껴진다. 이러한 점들 덕분에 <성스러운 피>가 유명한 것이 아닐까 싶다.

영화 외적으로도 흥미로운 점들이 있다. 실화에 큰 영감을 받았으며 큰 틀을 그대로 가져다 쓴 점이 가장 놀라웠다. 이외에는 감독인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의 아들들이 주연이었다는 것 정도가 있다.

<성스러운 피>는 개인적으로 이야기 자체가 재밌다거나 하는 영화는 아니었다. 그러나 시각적, 청각적으로 참신하고 신기한 연출 덕분에 영화가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영화가 영화같지 않고 무언가 다른 듯한 느낌이 <성스러운 피>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