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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Monster, 2023)

repaired_stat 2023. 11. 25. 01:17

괴물 (Monster, 2023)

 

 

괴물은 누구인가

 

 

<괴물>은 수 많은 명작으로 유명한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새로운 영화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중 <어느 가족>은 개인적으로 명작 TOP5 안에 들어갈 만큼 감명 깊게 보았다. 이번 2023 BIFF 예매때에도 제일 먼저 한 영화가 <괴물>이었을 정도로 기대를 많이 했다.

 

 

<괴물>은 홀로 아이를 키우는 '무기노 사오리'(안도 사쿠라)와 그녀의 아들 '무기노 미나토'(쿠로카와 소야), 그리고 '미나토'가 다니는 초등학교의 친구 '호시카와 요리'(히이라기 히나타) 및 담임 교사 '호리 미치토시'(나가야마 에이타) 등 여러 사람이 얽힌 사건을 다룬다. 평범해보이는 일들이 어떤 진실을 숨기고 있었는지 하나씩 밝혀진다.

 

 

<괴물>은 현대 사회를 대표하는 영화이다. 여러 인물이 나오고 크고 작은 사건이 있으며 이를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 크고 작은 사건들은 모두 너무나 현실적이기에 <괴물>을 단순한 영화로 느끼기에 아쉬울 정도다. 그 사건 중 일부는 일본 사회 내에만 존재하는 현상이지만 아주 낯선 일은 아니며 점차 우리 나라에서도 같은 현상을 보이는 듯 하다. 또한 주요 인물로는 사건의 중심인 두 아이 '미나토', '요리'와 '미나토'의 엄마인 '사오리', 두 아이의 담임 교사인 '호리 미치토시', 그 학교의 교감인 '쇼다 후미아키'(카쿠타 아키히로) 등이 있으며 누구하나 이질적이지 않고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을것이라 예상된다. 

 

 

'미나토'의 엄마인 '사오리'는 혼자서 '미나토'를 키우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이런 한부모 가족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자녀가 둘 이상이 아닌 하나인 가정도 옛날에 비해 많아졌다. '사오리'는 이런 이들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우리 나라에서 종종 언급되는 문제인 부모가 자녀가 관련된 문제라면 무조건 적으로 자녀의 편을 드는 과보호적인 면도 가지고 있다. 사소한 단서들의 나열을 통해 타인의 입장에서는 과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오리'의 행동들은 그럴 수 밖에 없던 '사오리'의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호리'는 '미나토'와 '요리'의 담임 교사이다. '호리'를 통해서는 크게 두 가지를 느낄 수 있다. 첫번째는 어른이 갖는 고충이다. 이러한 내용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호리'의 직업이 교사라는 점에 있다. 학급에서 아이들끼리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대개 어른인 교사가 조치를 취하게 되며 이러한 조취는 직접 보거나 전해 들은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 그러나 모든 일을 직접 관찰할 수 없고 전해 듣는 것은 와전되기 마련이다. 단지 교사로서 자신의 기준에서 최선의 판단을 할 뿐이다. '호리'는 어른이므로 아이인 '미나토', '요리'와 같은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미나토'와 '요리'도 자신들의 행동이 '호리'를 어떤 상황에 놓이게 하는지 모른다. 어른과 아이는 서로 완벽히 이해할 수 없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호리'는 작중 계속해서 의문을 갖지만 마지막이 되어서야 받아들이고자 마음을 먹은것이 아닐까 싶다. 두번째는 일본의 특유의 문화인 메이와쿠(迷惑)이다. 일본에서는 어떤 한 사람의 민폐를 그 사람의 가족, 주변 인물들에게 까지 책임을 묻곤 한다. '호리'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점차 소문이 나기 시작한다. 주변 인물들이 점차 떠나가기 시작한다. 요즘은 이러한 현상이 우리나라에도 넘어오고 있다. 큰 범죄부터 시작해서 사소한 갑질까지 어떤 폐를 끼쳤다면 그 사람은 누구인가 부터 그 사람의 직업, 소속, 가족 관계 등 까지 모두 파헤치곤 한다. 누군가에게는 속 시원한 대처일 수 있으나 이러한 현상이 점점 심해지면 사실 관계를 떠나 기정사실로 취급하고 억울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쇼다 후미아키'는 '미나토'와 '요리', '호리' 선생의 학교의 교감이다. '쇼다 후미아키'는 아이와 어른간의 갈등을 가진 '호리'와 달리 어른과 어른간의 갈등을 갖고 있다. '사오리'는 아이의 편에서 서서 학교에 항의를 하고있다. '호리' 선생은 아이의 편과 어른의 편 양측에 있다. '쇼다 후미아키'는 어른의 편에 있다. 교감이라는 위치에서 가장 문제되지 않을 만큼만 행동하고 있다. 사실 관계는 중요하지 않았다. '쇼다 후미아키'가 가진 개인적인 일도 마찬가지다. 이따금 들려오는 그 소리는 단순한 효과음이 아닌 어른의 입장에서 취해야 하는 행동들에 대한 자신의 답답함이 그대로 담겨있다.

 

 

'무기노 미나토'와 '호시카와 요리'는 초등학교의 같은 반 친구이다. '무기노'는 작중 돼지의 뇌를 이식한 인간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한다. 인간일까 돼지일까. 누군가는 인간, 누군가는 돼지라고 쉽게 대답하지만 정답은 없다. 여기서 정답은 중요하지 않고 어떻게 쉽게 대답하는가를 생각해보면 어른이 되면서 나 자신에 대해 충분히 고민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무기노'는 자신이 어리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사오리'가 말했듯 어린 아이이다. '무기노'가 인간과 돼지에 대해 고민하고 깨닫는 일련의 과정에서 취한 행동들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았으나 '무기노'라는 어린 아이의 마음이 너무나 순수하기에 비난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호시카와'는 '무기노'와 같지만 대비되는 입장이다. '호시카와'는 인간과 돼지에 대한 대답을 정했다. 정했기 때문에 '호시카와'의 아빠는 병으로 취급하고 병을 고치려하고 있다. '호시카와'의 아빠가 여색을 즐기며 '호시카와'를 등한시하는 것도 병 때문이지 싶다. '무기노'와 '호시카와' 둘은 태풍같은 시간이 지난 후 맑은 하늘이 보일 때 비로소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웃는다. 이런 모습을 본다면 인간과 돼지에 대한 의문은 이미 중요하지 않고 단지 순수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을 응원하게 된다. 

 

 

<괴물>은 일련의 시선을 통해 타인에 대한 판단을 돌아보게 한다. '무기노'와 '호시카와' 그리고 그 주변인물들 까지 그 누구도 괴물이 아니듯 우리는 그동안 괴물을 찾는다는 생각에 너무 쉽게 남을 판단한게 아닐까 싶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중 여러가지를 보았으나 특히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 <괴물> 세개는 가치관에 영향을 줄 정도로 감명 깊게 보았다. 화려하거나 특이한 연출이 없이 사람의 마음에 직접적으로 메세지를 전달하는 느낌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모든 영화를 꼭 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