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예술의 한 형태이다.
<언더 더 스킨>은 영화 평론가 등 영화의 전문가들에게 수많은 극찬을 받은 영화다. 또한 난해한 영화에 대한 얘기에서 꼭 언급되는 영화 중 하나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단순한 SF 영화로 생각하고 보았다가 다소 당황했다.
<언더 더 스킨>은 외계인이지만 겉 모습은 지구인인 '여성'(스칼렛 요한슨)이 영화의 주체이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는 지구의 언어를 연습하는 듯 한 여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언어부터 연습하던 '여성'은 지구의 환경을 접하면서 점차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언더 더 스킨>은 영화가 예술의 한 형태임을 보여준다. 우리가 예술이라고 부르는 여러 그림 같은 것들을 보면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개인의 표현이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전달되고 그 방식이 독창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그 작품이 가지는 진짜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평가 받는 어떤 시대적 상황이나 당대에 끼친 영향 등 다양한 외적 요소를 알 필요가 있다. <언더 더 스킨>은 이런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표현이 추상적이다'라는 것은 양면성이 뚜렷하다. 직설적인 묘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상상력에 자유를 줄 수 있지만 그만큼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언더 더 스킨>은 추상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이런 묘사를 볼 때마다 개인의 해석이 필수적으로 필요하게 된다. 그 만큼 해석의 자유가 생기지만 반대로 그 만큼 어렵게 느껴진다. <언더 더 스킨>의 혹평의 대부분이 '어렵다', '이해가 안 된다'와 같은 것인 이유도 이런 특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어렵다는 것은 그 만큼 대중성을 포기한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흔히 '재밌다'라고 평가하는 <범죄도시>, <극한 직업> 등을 보면 영화의 이야기는 직선적이고 묘사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직설적이다. 대중성을 가진 것이다. 결국 <언더 더 스킨>은 재밌을 수 없는 영화였던 것이다. 필자 역시 <언더 더 스킨>을 처음 보면서는 '재밌다'라는 생각은 한번도 들지 않았고 이해되지 않는 장면 투성이였다.
<언더 더 스킨>에는 외계인과 인간, 남자와 여자, 사냥을 하는 쪽과 당하는 쪽, 노동자, 소외자 등 여러가지 대립 구도와 집단이 있다. '여자'는 외계인이지만 인간의 특성에 관심이 있다. 여자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여자라는 성별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사냥을 하기도 하지만 당하기도 한다. '여자'에게 누구나 이입할 수 있다.
우리가 평상시에 듣던 말의 속도를 바꾸면 어떻게 될까. 0.75배속, 1.25배속 정도는 일반적인 속도보다 느리거나 빠르다고 느껴지더라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0.25배속, 4배속 등 그 정도를 심하게 한다면 이해하기가 불가능할 것이다. <언더 더 스킨>은 마치 0.25배속의 영화 같은 느낌이다. 앞서 얘기한 혹평들의 또 다른 이유라고 생각한다. 영화 자체가 장면이 길고 이야기의 진행 속도도 아주 느리다. 이런 점에 의해서 이 영화의 여러 특이할 것 없는 장면들이 낯설고 특이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언더 더 스킨>은 다시 보고 싶지 않으며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지 않은 영화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보면서는 흥미나 재미를 느끼기 원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언더 더 스킨>은 정 반대의 영화이다. 촬영 기법이나 촬영이 비밀리에 진행되어 등장 인물들이 일반인이라는 등의 사실은 영화를 보면서는 알 수 없기도 하고 영화 자체가 그렇기도 하다. 영화를 아주 좋아하고 이런 심오함을 즐기는 사람에게 적절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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