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Movie

오펜하이머 (Oppenheimer, 2023)

2023. 8. 21. 03:57

오펜하이머 (Oppenheimer, 2023)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오펜하이머>는 <테넷> 이후 3년만의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감독이다. 수많은 영화가 있지만 놀란의 영화는 언제나 경이롭다. 감독이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영화관에서 볼 가치는 충분하다. 게다가 놀란이 허구나 공상과학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영화는 처음 보기때문에 개봉 전부터 너무나 궁금했다.

 

 

<오펜하이머>는 J. Robert Oppenheimer의 일생에 대한 전기 영화다. 구체적인 시기는 학창 시절부터 말년까지다. 주로 다루어지는 내용은 영화 내에서 2가지로 나누어지며 첫번째는 2차 세계 대전 중 미국이 주도했던 맨해튼 프로젝트에서의 행적이고 두번째는 정치인 및 사회적 배경에 얽힌 이야기다. 

 

 

<오펜하이머>는 3가지의 시간대를 병렬적으로 보여준다. 이 3가지는 맨해튼 프로젝트,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의 청문회, '루이스 스트로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청문회다. 이런 구성을 통해서 이야기에 더욱 흥미가 생기고 집중하게 해준다. 시간대가 나누어져 병렬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시간 순으로 정렬되어 있었다면 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에 가깝지 않았을까 싶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저명한 과학자들이 아주 많이 참여했으며 연관된 인물도 많다. 이 때문에 영화의 등장인물이 상당히 많다. 과학자로는 주인공인 '오펜하이머'부터 '에드워드 텔러'(베니 사프디), '어니스트 로런스'(조쉬 하트넷), '리처드 파인만'(잭 퀘이드), '이지도어 아이작 라비'(데이비드 크럼홀츠), '닐스 보어'(케네스 브래너), '데이비드 힐'(라미 말렉), '버니바 부시'(매튜 모딘) 등이 있으며 과학자는 아니지만 관련된 인물은 '루이스 스트로스', '레슬리 그로브스'(맷 데이먼), '케네스 니콜스'(데인 드한), '보리스 패쉬'(케이시 애플렉), '진 태트록'(플로렌스 퓨), '캐서린 키티 오펜하이머'(에밀리 블런트) 등이 있다. 시간의 구성이 간단하지 않고 등장인물이 아주 많아 이 영화가 흔한 대중영화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러닝 타임은 180분이며 영화 전반적으로 대사가 길고 많아 가볍게 즐기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 

 

 

<오펜하이머>는 영화의 구성에서부터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해준다. 맨해튼 프로젝트의 결말까지는 2시간 가량에 끝나게 된다. 이후 1시간 동안은 '오펜하이머'의 청문회와 '스트로스'의 청문회가 주로 다루어진다. 원자폭탄을 만드는 여정이 길었으며 맨해튼 프로젝트의 끝이자 최초의 원자폭탄 실험인 트리니티 실험을 보는 장면은 시각적, 청각적으로 영화의 진행이 최고조에 도달했음을 느끼게 해준다. 이 때문에 이 장면 이후에 곧 영화가 끝나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뒤이어 많은 내용이 있었다. 보통의 영화가 이런 최고조가 되는 장면을 영화가 끝나기 직전에 넣기 때문에 <오펜하이머>가 끝날 때에는 보통의 영화가 끝날 때와는 다른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마치 아주 뜨겁지만 직접적이진 않은 잔열과 같은 느낌이었으며 여운이 더욱 깊게 남았다.

 

 

트리니티 실험 장면은 영화를 영화관에서 봐야하는 이유의 예시로 보여줄 수 있지 않나 싶다. 비나 번개로 인한 소리를 사용하다가 폭발 때에는 소리를 없애며 시각적인 장면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시각적으로는 영화 내에서 강조했던 연쇄 폭발에 집중하여 연쇄 폭발이라는 것 자체를 시각적으로 느껴지도록 보여주었다. 놀란이 CG를 사용하지 않기로 유명하며 이 트리니티 실험 장면도 폭약으로 연출했다고 한다. 이 장면이 실제 트리니티 실험을 다 담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영화적으로의 연출이나 묘사는 충분히 성공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오펜하이머>는 증명된 배우들의 연기력을 한번에 느낄 수 있다. 킬리언 머피는 3시간동안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이 갖는 모든 감정에 대해 사실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분노나 고뇌, 기쁨 같이 형용할 수 있는 단어가 있는 감정 뿐 아니라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도 느끼게 해준다. 주인공인 킬리언 머피 외에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맷 데이먼, 에밀리 블런트, 제이슨 클라크, 게리 올드만, 케이시 애플렉 등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이 아주 많다. 화려한 캐스팅과 그에 걸맞는 연기는 이 영화가 영화 내적인 것 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도 완벽에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인 듯 싶다. 

 

 

<오펜하이머>는 누군가에게는 재미 없다는 느낌일 수 있으며 누군가에게는 인생 최고의 영화라는 느낌일 수 있는 양면성이 공존하는 영화다. 개인적으로는 인생 최고의 영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생 영화 Top 10에는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들을 쭉 다시 보고 싶은 느낌도 들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장편 데뷔작인 <미행>도 꼭 찾아 볼 예정이다. 킬리언 머피는 항상 조연으로 봤었고 이렇게 주연으로 본 것은 처음이다. <피키 블라인더스>라는 드라마에서 오랫동안 주연으로 출연하여 이 드라마 또한 꼭 볼 생각이다.

'Review >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The King's Man, 2021)  (0) 2023.09.04
더 로드 (Dead End, 2003)  (0) 2023.08.28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 (Indiana Jones and the Last Crusade, 1989)  (0) 2023.08.17
콘크리트 유토피아 (Concrete Utopia, 2023)  (0) 2023.08.14
대최면술사 (The Great Hypnotist, 2014)  (0) 2023.08.06
'Review/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The King's Man, 2021)
  • 더 로드 (Dead End, 2003)
  •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 (Indiana Jones and the Last Crusade, 1989)
  • 콘크리트 유토피아 (Concrete Utopia, 2023)
repaired_stat
repaired_stat
OMT
repaired_stat
repaired_stat
repaired_stat
전체
오늘
어제
  • 분류 전체보기 (64)
    • Stat (20)
      • Math Stat (0)
      • Spatial Stat (3)
      • Empirical Process (2)
      • Junk (15)
    • Software (1)
      • R (0)
      • SAS (0)
      • MATLAB (1)
    • Review (32)
      • Movie (32)
      • Product (0)
    • Lecture (11)
      • Elementary Stat (11)

블로그 메뉴

  • 홈
  • 태그
  • 방명록

공지사항

인기 글

태그

  • 순서통계량
  • 이표본
  • 레디 오어 낫
  • 통계학
  •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 인디아나 존스
  • 도그맨
  • 일표본
  • 가설검정
  • 연속형분포
  • inner product
  • 기초통계학
  • 이병헌
  • 통계학개론
  • 추정
  • 스티븐 스필버그
  • 이변량분포
  • 마담 싸이코
  • 표본크기
  • 해리슨 포드

최근 댓글

최근 글

hELLO · Designed By 정상우.
repaired_stat
오펜하이머 (Oppenheimer, 2023)
상단으로

티스토리툴바

단축키

내 블로그

내 블로그 - 관리자 홈 전환
Q
Q
새 글 쓰기
W
W

블로그 게시글

글 수정 (권한 있는 경우)
E
E
댓글 영역으로 이동
C
C

모든 영역

이 페이지의 URL 복사
S
S
맨 위로 이동
T
T
티스토리 홈 이동
H
H
단축키 안내
Shift + /
⇧ + /

* 단축키는 한글/영문 대소문자로 이용 가능하며, 티스토리 기본 도메인에서만 동작합니다.